『분신』/미야우치 가쓰스케 지음/토향
틱광득 스님의 소신공양 모습. Photo by Malcom Browne.
“우리나라 불교가 고난의 때임을 보고, 여래의 장자로 명명되는 수행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불교가 멸망해 가는 것을 좌시할 수 없어 이 한 몸 불살라 제불(諸佛)에 공양하고 그리하여 불교를 지키는 공덕을 행할 수 있기를 기꺼이 청합니다.”
1963년 6월 11일 오전 10시 남베트남 사이공. ‘소신공양’의 뜻을 밝혀온 틱광득 스님이 마침내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폈다. 그는 격렬한 불길 속에서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그 모습은 사진기자 말콤 브라운의 렌즈에 담겨 전 세계로 전송됐다. 그리고 인류는 그 모습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베트남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엇이 한 평생 30여 개의 사찰을 복원하며 전법에 심혈을 기울여온 한 승려를 ‘소신’하게 했던 것인가.
틱광득 스님은 베트남 불교계의 중앙기관이라 할 수 있는 통일불교회에 제출한 ‘소신공양 청원서’를 통해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불교도는 공공연하게 억압되거나 배제되었으며, 어떤 곳에서는 생매장 당하거나 유배형을 받기도 했다. 또 어떤 곳에서는 종교활동이나 집회, 독경이 금지되었다. 인간의 불가침권인 신앙의 자유가 유린당하고 있다. 숭고한 자비를 배우고 단련하여 온 우리 불교도는 성실하게 참고 견뎌왔다. 그러나 맹목적인 무리들이 우리들의 그 아름다운 행위를 악용하고 베트남 불교도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스님은 이어 “신앙의 자유를 위해, 그 이상을 위한 투쟁에 베트남 불교도는 일어설 때가 되었다”며 “우리들의 입장을 분명히 하기 위해 스스로 이 몸을 불사른다”고 했다. 결국 정부 당국의 불교탄압에 항거한 순교였던 셈이다.
응오 딘 제엠 대통령은 9년간 자신의 일족들을 정부요직에 앉혀 독재했고, 그들 모두는 열렬한 가톨릭 신자였다. 동생, 동생 부인 마담 뉴가 그랬고 대통령의 형은 가톨릭 대주교였다. 그래서 그들은 베트남을 가톨릭교 국가로 만드는 것을 자신들의 사명이라 믿고 저항하는 승려들을 체포했다. 뿐만아니라 절을 봉쇄하고 물과 전기공급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식량공급까지 막았다. 이들 중 마담 뉴는 틱광득 스님의 분신을 보고 “중의 바비큐라니 재미있네”라고 비웃었을 정도로 그들의 시각은 굴절돼 있었다.
그러던 중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는 행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성모 라반교회의 낙성식을 갖는다는 이유로 불교깃발을 모두 내리게 했고, 이에 항거하는 불교도들을 향해 군부대의 장갑차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틱광득 스님의 소신공양 결심은 이처럼 정권의 불교탄압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그의 소신공양 사진이 전세계로 알려져 인류를 경악케 하고 독재정권의 붕괴로 이어졌음에도, 사회주의국가 체제가 유지됨에 따라 오늘날까지 틱광득 스님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다.
2002년 미국 한복판에서 벌어진 9·11테러를 영상으로 지켜본 일본 작가 미야우치 가쓰스케는 자신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던 30년 전 그 소신공양 모습을 떠올렸고, 가슴속에서 결코 잊혀지지 않는 소신공양의 주인공을 찾아 베트남으로 향했다. 그리고 베트남에 도착한 작가는 마치 수좌가 화두를 풀어내듯, 그 주인공의 발자취를 더듬어 따라갔다.
그 스님은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살생을 금한다는 불가의 승려가 왜 스스로를 불태워 죽였을까? 인간의 생각이나 기억들은 언젠가 인류의 아라야식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작가의 의문은 화두가 되었고, 화두를 풀기 위해 선지식을 찾았다. 그에게 선지식은 바로 당시를 기억하고 상황을 전해줄 증언자들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틱광득의 발자취를 모두 더듬어 볼 수 있었던 작가가 찾은 답은 “틱광득 스님은 부처의 환생”이었다. 1897년에 태어나 일곱 살에 출가한 이후 30여 개의 사찰을 건립·복원하며 포교에 매진했던 그가 66세의 나이에 오직 ‘불교의 미래’를 위해 소신한 것을 달리 설명하는 자체가 무의미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소설과 에세이 등 25권의 단행본을 펴냈던 작가는 마침내 2005년 틱광득 스님의 소신공양을 다룬 『분신(焚身)』을 단행본으로 펴내면서 제56회 ‘예술선장문부과학대신상’과 제57회 ‘요미우리문학상’을 수행했다. 『분신』은 올 초 김석희가 번역해 토향에서 펴내면서 한국 독자들에게 틱광득 스님의 일대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있다. 1만 2천원.
틱광득 스님 신성화 에너지장
https://m.cafe.naver.com/divinesoulenergy/1642
틱낫한 스님의 스승 틱광득 스님 소신공양과 에너지장
https://cafe.naver.com/divinesoulenergy/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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