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화합 상징 하늘로… 남아공 뒤덮은 보라색 물결
입력2021.12.28. 오전 5:08
‘인종차별 철폐’ 투투 대주교 애도 행렬
진실과화해委 활동… 새달 1일 장례 미사
생전 입던 사제복 색깔로 명소 곳곳 비춰
바이든 “그의 유산, 세계에 울려 퍼질 것”
2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명소 테이블 마운틴이 데즈먼드 투투 명예 대주교를 추모하는 보라색 조명으로 물들었다. 케이프타운 AP 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에 맞서 투쟁해 온 데즈먼드 투투 명예 대주교의 선종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전 세계 애도 물결이 퍼지고 있다. 투투 대주교는 90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투투 대주교 재단은 일주일간 애도 기간을 보낸 뒤 다음달 1일 케이프타운에 있는 세인트조지 성공회 대성당에서 장례 미사를 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기간 대성당은 매일 정오에 10분간 조종을 울려 고인을 추모하기로 했다. 세인트조지 대성당은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주교였던 고인이 한때 봉직한 장소다. 유해는 이곳에 이틀간 안치된다. 조르딘 힐 루이스 케이프타운 시장은 이날 오후 8시부터 시청 건물과 테이블 마운틴 등 지역 명소 곳곳을 보라색 조명으로 밝힐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보라색은 투투 대주교가 입던 사제복 색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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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케이프타운 세인트조지 성공회 대성당에 설치된 투투 주교의 사진 앞에 꽃을 놓고 애도하는 모습.케이프타운 AFP 연합뉴스
세계 곳곳에서 그를 애도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투투에 대해 “우리나라의 가장 훌륭한 애국자 중 한 명이었고, 이는 실로 세계적인 사별”이라고 슬퍼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투투가 더 자유롭고,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의 영적인 소명을 따랐다”면서 “그의 유산은 국경을 초월하며 오랜 세월 동안 울려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투투의 삶을 “선물”이라고 정의했으며,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딸 버니스는 “그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투투의 서거에 대해 “깊은 슬픔에 빠졌다”고 애도했으며, 바티칸은 프란치스코 교황 성명으로 “그의 가족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1931년 10월 빈민촌에서 태어난 투투 대주교는 1975년 44세의 나이로 요하네스버그 대성당의 주임 사제에 오르며 인종차별 철폐 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1984년 반(反)아파르트헤이트 투쟁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용서 없이 미래 없다’는 구호를 앞세워 진실과화해위원회(TRC)를 구성, 흑인차별정책 종식 이후 인종 간 화해를 이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데스몬드 투투
어록 및 유명한 연설
우린 불복종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율법에 순종하고 있으니까요.
- 악법도 법이라면 (현 남아공 체제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의 법에) 순종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답하길
당신은 요하네스버그의 거대한 저택에서 그 곳에 사는 단 2명의 백인들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해야 합니다. 당신의 집과는 거리가 너무나도 멀기 때문에 당신은 이른 새벽에 당신의 집을 나서야 할 것입니다. 당신이 집으로 돌아갈 무렵이면 당신의 아이들은 이미 잠들어 있어서 당신은 아이들의 얼굴을 보기조차 힘들 것입니다. 당신의 집은 당신이 조금 전에 일을 마치고 온 그 저택의 거실 하나보다도 작을 것입니다.
...자신의 아들이 보는 앞에서 모욕을 당하는 아버지의 심정이 어땠을 까요? 인종 차별은 언제나 이런 문제를 일으킵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땅바닥에 떨어져 무참하게 짓밟히게 됩니다.
- 어릴 적에 자신의 아버지를 경찰들이 'boy(이 녀석,이 새끼)'라고 부르면서 막 대하는 것을 회고하면서
어느 정부 관료는 늙어서 아무 일을 못하는 흑인들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생충이라고 불렀습니다.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말입니다.
백인들도 웃고 사랑하고 아이를 키우고 울고 먹고 잠을 잡니다. 그들 역시 인간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 인간이라면 그들은 왜 흑인들도 웃고 사랑하고 아기를 키우고 울고 먹고 잠을 자는 똑같은 인간이란 생각을 하지 못할까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들은 이런 일(인종차별)이 앞으로 계속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까요?
백인은 흑인이 아무리 높은 지위에 오르더라도 얼마나 많은 교육을 받았건 간에 백인 소년보다도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18세의 백인 소년은 투표를 할 수 있지만 나는 그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억압과 착취의 묵인으로 세뇌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백인들이 여러분들을 자학하게 만들고 자기 증오로 가득 채우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백인만이 여러분에게 여러분의 일과 역할을 지시할 수 있다고 믿는 이상, 여러분의 그러한 자기 증오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주님의 커다란 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모두 흑인들이 '백인들은 모두 지옥에나 떨어져라'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믿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흑인들이 '우리는 백인을 미워하지 않으며 단지 인종차별을 싫어하고 불의와 억압을 미워할 뿐이다. 우리는 위대한 미래를 향해,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피부 색깔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으로서 규정되는 그런 나라로 향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지금 남아프리카의 상황은 폭력 천지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폭력은 바로 인종차별이란 폭력입니다. 그것은 이주를 강요하고 재판도 없는 구금과 경찰에서의 의문사, 또한 아이들에게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강요하는 것을 불러 일으킬 겁니다.
왜 그들은 나를 두려워 하는 것일까요? 나는 남아공에서 선거권도 없는데 말입니다. 보잘것없는 흑인 한 사람의 말 한 마디, 그것도 사실이 아닌 말을 지껄이고 다니는 사람을 왜 그렇게 두려워하는 걸까요? 그 흑인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들이 나를 공격함으로써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그들은 나의 인격을 모독함으로써 내가 비난하고 있는 사악한 체제를 바꾸기라도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 상(노벨평화상)은 역 앞에 앉아 감자와 옥수수, 돼지고기를 파는 우리 어머니들의 것입니다. 이 상은 1년 가운데 11개월을 자녀들과 떨어져 독신 숙박소에서 밤을 지새우는 우리 아버지들의 것입니다. 이 상은 보금자리를 산산히 파괴당한 채 수용소에서 비에 젖은 매트에 앉아 우는 아이를 달래며 지은 죄라고는 남편과 함께 살고 싶어하는 어머니들의 것입니다. 이 상은 마치 쓰레기처럼 이리저리 쫓겨다니는 이 땅의 350만 흑인들을 위한 것입니다. 이 상은 우리들을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인정해준 것입니다.
- 노벨평화상 수상 소감
11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이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나라는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나라란 말인가?
- 11세의 소년들까지도 경찰들에 의해 닥치는대로 투옥되었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한 연설
하느님이 나에게 부여한 소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정부는 그 어떤 것으로도 막지 못할 것이다. 그것을 좋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불의를 보면 참을 수 없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예레미야의 말 처럼 나는 아무리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하느님의 말씀이 내 가슴속에서 불길처럼 타올고 있는 이상 도저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이 나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은 나를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죽음은 최악의 것이 아니다.
- 남아프리카 교회 협의회를 조사하기 위한 감사위원회에서의 증언
백인들이 우리에게 와서 성서를 주고 기도하라고 했죠. 그래서 우리 아프리카인들은 성서를 받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드니 백인들은 아프리카를 차지했더군요. 하느님이, 예수님이 참으로 분노할 짓을 하고 그걸 성서로 덮어버렸죠.
만일 당신이 부당한 상황에서 중립을 지킨다면, 당신은 박해자의 편을 택한 것이다. 코끼리가 생쥐의 꼬리 위에 자기 발을 올려 놓고 있는데 당신은 '나는 중립을 지킨다'라고 하면, 그 생쥐는 당신의 중립에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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