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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해몽

[어원] 개의 표상과 상징 의미 - 동서고금의 개 이야기

by 有然(유연) 2022. 1. 31.


개의 표상과 상징


- 술(戌), 견(犬), 구(狗) 등으로 나타난 동서고금의 개 이야기

‘개’라는 말은 개가 짖는 소리로부터 유래했다. 개는 ‘강강’, ‘캉캉’, ‘깡깡’하는데 옛부터 ‘강강’하고 짖는다 하여 ‘가히’ 혹은 ‘가이’라고 했다. 그 후 ‘가이’가 줄어서 ‘개’가 되었다. 개의 새끼를 의미하는 ‘강아지’는 ‘가히’에 조그마한 것을 나타내는 접미사 ‘아지’가 붙어서, ‘가히야지→ 가야지→ 강아지’가 된 말이다. 한자로 큰 개는 '犬'(견), 작은 개는 '狗'(구)로 표기하며, 개를 용도로 보면 집보는 개, 사냥개, 애완견, 구조견, 군용견, 목축견, 경찰견, 맹인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개는 12지의 11번째 동물로, 시간으로는 오후 7시~9시, 방향으로는 서북서, 달로는 음력 9월에 해당하는 방위신이자 시간신이다.
개라는 동물이 가축화된 발상지와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고대 동양과 이집트이며, 여러 문헌이나 회화, 조형미술 등을 통해 볼 때 사육시기는 대략 12,000~20,000년 전으로 보고 있다. 개는 거의 전세계에서 사육되는데 그 종류가 무려 250~300여 종이나 된다. 개는 성질이 온순하고 영리하며, 특히 청각과 후각이 발달되어 있다. 일반인의 가청한계가 2만 사이클인데 비해 개는 7만~10만 사이클까지 들을 수 있으며, 개의 예민한 후각은 일반인의 후각보다 수만 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낯선 사람을 경계하여 집을 지키는 동물로 사랑받아 왔다. 우주창조와 관련된 일식과 월식의 현상은 까막나라 왕의 명을 받은 ‘불개’가 해와 달을 물었을 때, 물린 부분이 어두워지기 때문이라는 ‘불개’의 설화는 개의 역할이 충성심과 관련된 관념의 소산이다. 아무튼 개는 인간에게 헌신하는 충복의 상징임에는 틀림없다.


‘귀신을 쫓는 개’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삽살(揷煞)개’는 ‘저승사자를 막아주는 속신이 있다고 하여 신라시대 왕실에서 키웠다고 하며, 『삼국사기』에 실려 있는 신라 진평왕 때에 흰 개가 궁중의 담장 위에 올라간 후 이손(伊飡)과 아손(阿飡)이 모반을 했고, 개가 궁성의 고루(鼓樓)에 올라 3일간 울고 나서 얼마 후 왕이 죽었다는 기록, 백제 의자왕 시절 들사슴 모양을 한 개가 왕궁을 보고 짖다가 사라지거나 여러 마리의 개가 길에 모여 울고 나서 백제가 망한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의 문헌기록에서 개의 비일상적인 행위는 모반, 죽음, 패망 등 불길한 미래를 예고하는 징조로 보인다.
이런 고대인의 사고는 ‘개가 지붕 위에 올라가면 흉사가 있거나 가운이 쇠한다’, ‘개가 문 앞에 땅을 파면 불길하고, 문 앞에 굴을 파면 주인이 죽는다’는 속담이나 속신에서도 개의 비일상적인 행위는 집안의 쇠망과 죽음을 예고하는 징조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개는 이승과 저승, 저승과 이승을 연결하는 매개의 기능을 수행하는 동물로 인식되었는데, 우리네 무속신화인 ‘차사본풀이’, ‘세민황제본풀이’, ‘저승담’ 등에서 이러한 관념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을 위해 충성과 의리를 갖추다 희생당한 오수 의견(義犬) 설화는 최자의 『보한집』 외에도 여러 문헌에 실려 있으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국외에도 널리 분포되어 있는 이러한 의견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교훈과 감화를 주고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접미사에 '개'가 붙은 미운개, 저질개, 똥개, 못된개, 사나운개, 천덕꾸러기개 등과, 접두사에 붙은 개나발, 개살구, 개새끼, 개소리, 개꼬락서니, 개지랄, 개맨드라미, 개판 등의 ‘개’는 비천함의 상징으로 우리나라 속담이나 격언 그리고 민요(개타령) 등에 많이 나타난다.
성서에도 개를 부정적 상징으로 쓰인 예가 있다. 신약성서 마태복음 7장 6절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저희가 그것을 발로 밟고 돌이켜 너희를 찢어 상할까 염려하라’는 구절에서 사람을 개와 돼지로 비유한 것은 엄청난 모욕이 아닐 수 없으며, 돼지와 개를 동급으로 취급하여 사람을 비천하게 표현한 것은 고금의 유대인들이나 우리 민족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신약성서 마가복음 7장 24절~30절 ‘예수께서 일어나사 거기를 떠나 두로 지경지경으로 가서 한 집에 들어가 아무도 모르게 하시며 하나 숨길 수 없더라 이에 더러운 귀신 들린 어린 딸을 둔 여자가 예수의 소문을 듣고 곧 와서 그 발 아래 엎드리니 그 여자는 헬라 인이요 수로보니게 족속이라 자기 딸에게서 귀신 쫓아주시기를 간구하거늘 예수께서 이르시되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지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 여자가 대답하여 가로되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의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이 말을 하였으니 돌아가라 귀신에 네 딸에게서 나갔느니라 하시매 여자가 집에 돌아가 본즉 아이가 寢상(침상)에 누웠고 귀신이 나갔더라’는 구절에서 개는 집에서 기르는 개보다는 거리를 떠도는 개로 보이며,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개에게 먼저 주기보다는 사람들이 먹고 나서 남은 부스러기를 개에게 주는 것이 타당하나 배고픈 이방인에게 먹을 것을 주지않는 유대인의 박절한 행동을 꾸짖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또 빌립보서 3장 2절 ‘개들을 삼가고 악행하는 자들을 삼가고 손할례당을 삼가라’는 구절에서는 개를 악과 저속함과 더러운 행위의 상징으로 쓰고 있으며 누가복음 16장 19절~27절은 부자와 나사로의 얘기이다.

홍성남(한신대학교 인문대 국어국문학과 외래교수 / 고전산문전공)

홍성남 위원 webmaster@ecumenian.com